“승률이 60%라고 생각하면 베팅하라”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이 말하는 ‘올인의 법칙’
차민수 前 세계 포커 챔피언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인기 TV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이자 세계 포커 챔피언이었고 프로 바둑기사이기도 한 차민수(57)씨. 그는 요즘 대기업의 초청 강사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긴박한 상황에서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포커와 기업 경영은 닮은 꼴이기 때문이다. 그는 1987년과 1996년에 각각 미국 스타 토너먼트와 수퍼볼슬림진 토너먼트에서 우승했으며, 약 10년간 미국 프로포커 수입 랭킹 1위(비공인)를 기록했다. 그는 현재 광운대 교수로 레저산업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그를 만나 승부에서 이기는 비결을 들어보았다.

―포커에서 승률을 높이는 방법은?

“상대의 패와 심리를 자로 재듯 정확하게 읽어내야 한다. 포커를 자주 같이 치는 사람이 50~200명 정도 된다. 프로는 그들의 실력, 매너, 습관을 마치 사진을 찍듯이 기억에 넣어 놓고, 필요하면 사진 현상 하듯이 꺼내 쓴다. 이미 나왔던 패들, 딜러가 끝난 카드를 걷어가는 순서도 외워 버린다. 단 1%의 쓸모라도 있으면 외워 둔다. 책을 다 외웠는데 시험에 한 문제도 안 나올 수도 있지만, 한 문제라도 맞히기 위해 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고수(高手)가 된 결정적 계기는?

“과거 LA에서는 파이브 카드 드로(Five card draw) 게임을 주로 했는데, 100등쯤은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985~1986년쯤에 스터드(Stud)나 홀덤(Holdem) 게임 등이 시작되면서 라스베이거스 등 전국의 고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내 실력이 2000등인지, 2만등인지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포기하고 은퇴 하려다가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잘했겠나’ 하는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마침 바둑을 배우고 싶어하는 포커 고수가 있었다. 그가 내 포커 실력을 보더니 ‘그 실력으론 포커로 밥 벌어먹고 살긴 힘들다. 공부를 하라’고 했다. 노름을 ‘공부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그래서 6개월간 포커를 배우는 대신, 나는 바둑을 가르쳐 주었다.”

―고수(高手)와 하수(下手)의 차이는?

“하수는 시야가 좁다. 처음에 운전 배우면 앞만 보지 않는가.”

―진정한 실력은 언제 나타나나?

“지고 있을 때, 위기에서 나타난다. 잡초는 IMF 위기 때도 쓰러지지 않지만, 화초는 쉽게 쓰러진다.”

―위기 때 하수는 어떻게 변하나?

“스스로 무너진다. 프로는 서서히 무너지지만, 아마추어는 언덕에서 굴러 내리는 것처럼 가속이 붙는다. 포커에서 상대편의 돈 30%를 가져오는 데는 2~3시간이 걸리지만, 나머지 70%를 가져오는 데는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큰 실패를 겪은 후엔 어떻게 해야 하나?

“한발 물러 앉아야 한다. 그리고 공부를 해야 한다. 모든 것을 주위 환경으로 돌리는 사람이 많다. 아래 사람 탓을 하고, 노조 탓을 하고, 고유가 탓을 한다. 그러나 누구나 조건은 똑같다. 다른 기업은 어떻게 헤쳐 나갔나? 내가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이게 공부이고 자기 반성이다.”

―포커에서 잃고 있을 때의 승부법은?

“흔히 질 때는 본전 생각이 나서 계속 붙잡고 있다가 몽땅 잃고 만다. 아니다 싶으면 20~30% 손해를 봤더라도 털어버릴 줄 알아야 한다. 적게 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기고 있을 때의 승부법은?

“아마추어는 돈을 좀 벌면 빨리 튀려고 한다. 주식으로 말하면 단타(短打)다. 반면 프로는 이기면 느긋하다. 이겼다 싶으면 이번엔 많은 차이로 이기려 한다.”

―이기고 있다가도 한 방에 무너질 수도 있지 않은가?

“이기는 포커는 안전한 승부로 지켜낸다. 프로는 이긴 승부는 99% 이상 지킨다.”

―많이 이기고 있는데도 큰 돈을 걸만한 기회가 온다면?

“1% 정도 유리하다면 큰 승부를 하지 않는다. ‘상당히’ 유리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6대 4 정도로 유리하다 싶은 기회가 오면 올인 한다. 그래서 상대가 못 들어오게 한다.”

―6대4라면 그리 크지 않은 차이처럼 보이는데 올인 하나?

“프로는 승부를 연(年)으로 따진다. 6대 4라면 비슷한 기회가 10번 왔을 때 6번은 이긴다는 것 아닌가? 1년에 똑같은 승부를 100번, 1000번 하면 이긴다는 확률을 믿는 것이다.”

―같은 프로끼리면 실력 차이가 어느 정도 나는가?

“내가 세계 1위였다지만, 100위, 혹은 1000위와 실력 차가 얼마나 될까? 손톱만큼이나 될까? 그래도 평생을 뒤집지 못한다. 바둑에서 이창호를 한번은 이길 수 있겠지만, 단번 승부는 의미가 없다. 연(年)으로 따져 앞서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공부를 하고 확률을 믿으라는 것인가?

“그렇다.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지만, 기초부터 공부를 착실히 하고, 차차 이기는 레코드를 쌓아 나가면 ‘하면 이긴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여태까지의 성적이 뒷받침 해주게 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