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포커플레이어 임요환 인터뷰
“인터넷에 직업등재도 직접 나서”
“스타는 첫 자식, WPL은 둘째 자식”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한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게 프로게이머 생활이었고, 지금 선수로 뛰고 있는 이유예요.”
1시간 인터뷰 하는 동안 여러 차례 언급된 구절이다. 전직 프로게이머이자 현직 프로 포커 플레이어인 임요환(40) 선수와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구절에서 솔직함과 순수함, 자신감이 함께 묻어나는 듯했다.
그는 1세대 스타크래프트(스타) 게이머였다. 스타를 대한민국의 ‘국민 게임’으로 만든 이기도 하다. 임 선수와 함께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 시장’ 중심으로 성장했다. 더 나아가 ‘게임 문화’의 상징이 됐다. “임요환을 빼면 스타크래프트 역사를 논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가 최근에는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활약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인물검색 직업란에도 이름 ‘임요환’ 세 글자 옆에는 ‘프로 포커 플레이어’라는 수식어가 먼저 붙는다. 다음 수식어가 전 e스포츠 감독이다. 또 포털에는 노출 안 되지만 그 전 이력이 ‘프로게이머’다. 프로게이머와 감독을 거친 임 선수는 포커를 통해 다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헤럴드경제 스튜디오에서 임 선수를 만났다. 그에게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활약 중인 최근 근황과 현재 몸담고 있는 ‘윈조이 포커 리그(WPL)’에 대한 얘기를 함께 들었다.
“네이버에 직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쉽지 않았어요. 내가 스스로 하는 일을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데, 포털에 그걸 직업으로 적는 건 다른 문제더라고요.”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 감독이라는 직업 위에 프로 포커 플레이어라는 현재의 이정표를 얹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한다. 아직 국내에는 ‘포커 플레이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고, 포털에 이름을 넣기도 어려웠다. 임 선수는 포털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포털 측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아내 김가연 배우까지 나서 포털에 여러 차례 직업을 바꿀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길 여러 번. 오랜 시간이 걸려서 임 선수는 ‘프로 포커 플레이어’라는 직함을 자신의 이름 옆에 적을 수 있었다.
“포커 플레이어는 선수로 뛰고 있는 현재 제 모습을 설명해주는 직업이에요. 저는 e스포츠 코치진이나 행정일을 하는 게 맞지 않았어요. 감독을 할 때는 주위 동료들이 늘 ‘형 힘들어 보인다’고 하곤 했어요. 맞아요. 저는 계속해서 선수로 뛰고 싶었어요. 그러다 프로 포커 플레이어란 작업을 얻게 됐죠. (웃음)”
임 선수는 WPL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커 게임의 한 종류인 홀덤을 온라인으로 플레이하는 리그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오기 전 외국을 오가며 다양한 대회에 나가던 그는 팬데믹 이후엔 온라인 대회를 주로 참가하고 있다. WPL은 지난 11일까지는 ‘썸머 시리즈 챕터1’ 리그를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임 선수는 트위치 등 온라인 방송 플랫폼을 통해서 포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 이름은 ‘임요환의 포커 드랍쉽’이다. 스타 게임 유닛인 드랍쉽은 프로게이머 시절 임 선수를 대변하는 캐릭터이자 용어였다.
임 선수에게 포커 플레이어로 활동하면서 앞서 스타크래프트 선수 시절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에 관해 물었다. 답변은 프로게이머와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현재의 공통점에 대해 나왔다. 임 선수는 “프로게이머 경험이 현재 포커 플레이어 활동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홀덤은 ‘마인드 게임’이에요. 한순간도 집중력을 놓지 않고, 상황마다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승부사 기질을 발휘할 때도 있어요. 매우 급한 상황에서 전략을 짜고 결정을 내리는 스타크래프트는 포커는 같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임 선수는 현재 상위권 포커 플레이어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정상급 플레이어인 김수조 선수와 함께 WPL 홍보모델로 활동할 정도다.
임 선수는 e스포츠 업계 전반과 스타에서 ‘상징’과도 존재다. 임요환의 전성기와 함께 스타 판이 생겼고, 임요환의 중흥기를 거치며 스타 판이 성장했다. 이후 등장한 택뱅리쌍(김택용·송병구·이영호·이제동)과 같은 스타선수들도 임 선수에게 최근 e스포츠와 스타에서 멀어진 데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물었다.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선수로 뛰고 싶어요. (e스포츠 판에서 하는) 지도자 생활은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스타가 예전 같은 인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정말 아쉽습니다. 스타는 저한테 첫 번째 자식 같은 존재니까요.”
마지막. 앞으로의 각오를 물었다. “홀덤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스포츠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처음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등장했을 때도 사회의 시선은 좋지 않았죠. 포커나 홀덤도 아직은 그렇지만, 언젠가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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