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이 날리기 시작하고 날씨도 아침마다 꽁꽁 언 손발을 동동 구르며 출근길에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맘때가 되면 집집마다 겨울맞이를 준비하며 절인 배추와 각종 야채를 다듬기 시작하는 주부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김장철에는 지역마다 조금씩 그 모습은 다르지만 가족들을 위해 하루종일 분주히 움직이는 엄마의 마음을 성인이 되어 집에서 독립한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어 고마움과 미안함이 가득 담긴 전화로 표현하고는 한다. 오늘은 집에서 먹는 엄마의 정성 가득한 김치가 생각나는 각종 메뉴들과 함께 온가족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싶은 하루이다.
1. 굴다리식당
엄마의 밥상은 대표 메뉴인 김치찌개는 언제나 먹어도 맛있는 메뉴이다. 참치, 꽁치, 돼지고기 등 어떤 부재료를 넣어도 만족스런 식탁을 책임진다. 공덕오거리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굴다리식당은 오래된 외관과 내부 역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다. 메뉴판에서부터 맛집포스가 철철 넘치는 이곳은 김치찌개, 제육볶음, 계란말이 단 3가지의 메뉴만 판매한다. 두껍게 썰어져 있는 돼지고기가 돋보이는 김치찌개는 우리가 생각하는 국물보단 연해 심심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골육수를 베이스로 끓여낸 김치찌개의 맛은 엄지척 ! 칼칼하면서도 약간의 신맛이 입맛을 사로잡아 자극적이지 않아 숟가락질이 멈추지 않는다. 사장님의 인심도 좋아 한끼 식사를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2. 영광보쌈
오직 보쌈 한가지만 판매하는 찐맛집인 영광보쌈은 공덕역 주위에서도 퇴근길에 발걸음을 멈추게 맘드는 보쌈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40여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매일 김치를 직접 담그시는 사장님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곳으로 돼지고기의 야들야들함과 배추 특유의 시원함과 아삭함이 극대화된 김치는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단연 으뜸인 곳이다. 소소하지만 맛깔나는 콩나물과 부추나물은 고소한 참기름냄새와 함께 입맛을 돋우고 두툼하게 썰어져 나오는 보쌈은 순간 옛 시절로 돌아가 김치를 버무리는 엄마 옆에 앉아 있으면 고기위에 김치를 하나씩 감아서 입에 넣어 주시던 어머니의 손맛처럼 정겹고 따뜻하다. 맛있는 보쌈, 함께한 일행과 기분 좋게 즐기는 소주 한잔은 그 날의 고됨과 피곤함이 날려보내고 내일을 다시 준비하는 활력소가 되어 준다.
3. 한옥집 서대문구 본점
서대문 재개발로 인해 오래된 맛집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이전한 가운데 오늘의 주제인 김치로 유명한 한옥집 본점 역시 예전의 기와집이 아닌 현대식 외관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한옥집의 대표메뉴는 역시 압력밥솥으로 연하게 조리된 김치찜이다. 가위로 누르기만 해도 쭉쭉 찢어지는 연하고 슴슴하게 느껴지는 돼지고기와 간간한 김치를 휙 감아 먹으면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약간 새콤하게 느껴지는 묵은지 특유의 맛이 돼지고기의 기름과 육즙이 적절하게 베어 나와 밥한공기는 금세 없어진다. 여기에 안에 치즈가 들어간 계란말이와 함께 하면 환상 조합! 오랜시간 사랑받는 이유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전국적으로 많은 분점이 생겨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되었고 널리 알려졌지만 그 시작이 되었던 본점이 예전의 옛스러움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한 맛에 감사하며 언제나 변하지 않는 곳이 되길 바라는 애정하는 장소이다.
4. 함병현김치말이국수
이미 맛으로 언론에 많이 소개된 함병현김치말이국수는 1989년 자리잡아 지금까지 한자리를 지킨 뚝심있는 곳이다. 다양한 국수와 만두, 전이 메뉴판에 보이는데 시그니쳐 메뉴는 단연코 김치말이국수와 녹두전을 얘기한다. 살얼음 띈 붉은 육수에 계란, 머릿고기와 열무김치, 그리고 순두부가 올려져 있다. 적당한 칼칼함과 새콤함과 달달함, 마지막으로 두부가 풀리면서 고소한 맛을 준다. 채썬 오이와 배, 그리고 열무김치가 시원한 맛을 곁들이며 더운 여름철에도 술 마신 다음날 해장으로도 제격이다. 비록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자주 생각나지 않지만 김치하면 빠질 수 없는 메뉴로 손색없지 않을까 싶다.
5. 소문난 식당
최근 서울 곳곳의 공장촌이 재조명을 받아 새로운 맛집을 탐방하는 청년들이 많이 유입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소문난 식당은 철공소가 많은 문래동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그날 판매할 만큼만 조리하기 때문에 늦으면 먹지 못하고 빠르면 양념이 덜 베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방문타이밍이 중요하다. 식당에 들어서면 몇 명이에요? 란 인원수 파악과 동시에 얼마 지나지 않아 백반 한상이 세팅 된다. 고등어와 무, 김치의 흔한 조합이 주는 감동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고등어 한 토막 큼지막하게 집어내 밥 한 숟가락 위에 얹고 윤기나는 묵은지 한 장 쭉 찢어 준비된 밥 위에 돌돌 감아 한입에 먹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식전에 내어 주시는 진한 차 한통과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차려진 밥상, 마지막으로 식후에 건네주시는 누룽지 한 그릇은 진한 감동으로 돌아온다. 비록 화려하고 깔끔한 외관은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만큼은 그 어느 식당보다 진심으로 느껴지는 한끼식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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