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여행

시간이 묻어있는 도시 군산 맛집 5

군산은 근대사에서 수탈의 아픔과 이에 항거한 열정의 도시로, 일제강점기 근대 문화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에 호남의 곡창지역의 쌀들을 군산에 집하하여 보관해 두었다고 한다. 1899년에 군산항이 개항되고 외국인이 자유롭게 무역하고 거주할 수 있는 곳인 조계지가 자리 잡았고 이후 일제 강점기 시대에는 우리나라 쌀 수탈의 대표적인 기관인 조선은행 군산지점이 자리잡아 많은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일제강점기의 침탈적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곳이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채만식의 소설 탁류와, 조정래의 아리랑에서 배경이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직도 군산 곳곳에 일제강점기 때의 건설 양식이 많이 남아있고 오늘 소개하는 몇몇 식당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1. 이성당

현존하는 대한민국의 가장 오래된 빵집인 이성당은, 대전의 성심당, 안동의 맘모스 제과와 더불어 전국 3대 빵집으로 일컫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1906년 조선으로 건너온 히로세 야스타로라는 일본인이 이즈모야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시작하였고, 이 후 장남인 히로세 켄이치 대에서 크게 번성하였는데 광복 이후 히로세 가문은 일본으로 급하게 귀국하였는데 이 자리에 한국인 이석우씨가 적산가옥으로 등록되었던 이 건물을 받아 이성당을 차리게 되었다.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운영하는 빵집’이라는 의미 혹은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번성하는 집’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표 빵으로는 양대산맥인 단팥빵과 야채빵으로 원래는 단팥빵이 유명했지만 점차 널리 퍼져 야채빵 또한 꼭 맛봐야 되는 메뉴가 되었다. 최근들어 군산코스의 대표적인 마지막 코스로 자리잡아 선물용 혹은 장거리를 이동하기 전 간식용으로 구매하기 맞춤인 곳인다.

2. 지린성

군산에 유명한 중국집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고추 짬뽕으로 유명한 지린성을 추천한다. 원래도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곳이었는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와 전국민에게 유명해진 곳이다. 대표메뉴로는 고추가 가득 들어있는 고추짬뽕과 고추 짜장이다. 메뉴판에는 짜장, 짬뽕을 기본으로 면과 밥으로만 준비되어 있다. 언제나 웨이팅이 길고 재료소진 시 조기마감 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해야 한다. 다행히도 메뉴 특성상 테이블 회전이 빠른 편이기 때문에 줄에 비해 웨이팅이 길지는 않다. 자리에 앉고 고추짜장을 주문하면 서버분이 매운데 괜찮으냐는 질문을 꼭 해주신다. 그만큼 고추가 가득 썰어져 있는 비주얼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땀이 삐질삐질 나올 것 같은 비주얼에 먼저 놀라게 된다. 매운걸 못드시는 분들은 일반짜장과 같이 시켜 섞어드시는 걸 추천한다. 짜장 특유의 달달함과 매콤함이 적절히 섞여 있는 맛은 긴 웨이팅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럽다. 양도 푸짐하여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한끼로 기분 좋은 군산여행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3. 한일옥

초원사진관 맞은편에 있는 한일옥은 맛있는 녀석들 시청자 추천맛집으로 유명해 진 곳이다. 출연한 주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현지인들에게 혹은 미식가들에게 알려진 곳이었는데 tv출연 이후에는 꼭 들려야 하는 아침식사 코스로 자리잡았다. 대표 메뉴인 소고기뭇국은 사실 의아할만큼 소박한 메뉴로 식당에서는 백반의 기본국이나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생각하기 쉬운 음식이다. 이곳의 소고기뭇국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조리사의 정성과 마음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의 시원한 맛과 소고기의 고소한 맛이 자칫 무난할 수 있는 ‘메뉴’에 정성을 가득 담으니 특별함이 된 것이다. 군산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많은 음식이 생각나지만 그 중에서도 소박함과 담백함의 뭇국이 다시 떠오르는 건 오랜시간 정성껏 끓이면서 뚝배기 가득 담아낸 정성 때문일 것이다.

4. 대가 꽃게장

외진 곳에 자리잡은 대가 꽃게장은 선뜻 방문하기 힘든 곳이지만 군산 토박이가 추천하는 곳으로 고민끝에 선택한 곳이다. 주차장에 들어서면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정원과 기와지붕이 인상적인 건물이 눈에 띈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한상 가득 정갈하게 차려져 나오는 음식들이 입맛을 돌게 한다. 식전죽부터 갈비찜까지 어떤 음식 하나 허투루 내놓지 않고 정성껏 차려놓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살이 꽉 찬 게장은 빨간 알과 초록색의 고추의 색감이 맛깔스럽게 대비되어 있고 한입 배어 물면 달달한 살과 짭쪼름한 양념이 적절히 알맞아 밥도둑이라는 진가를 발휘한다. 게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꼭 방문해 보길 바라며 식당 옆으로 자리잡은 다른 게장집들도 맛에서는 빠지지 않는다니 본인 입맛대로 선택해서 가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5. 불타는 명태찜

“군산현지인이 추천한다는 맛집으로 시원하고 칼칼하지만 매콤한 맛을 더한 명태찜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 잡은 집이라고 한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51화에 나왔던 대사이다. 양념이 되지 않은 하얀 명태가 콩나물 아래 깔려 있고 그 위에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를 듬뿍 올려져 있다. 전라도스타일의 한상 가득 차려져 나오는 밑반찬과 더불어 큰 전골냄비에 콩나물이 산더미처럼 나오는 명태찜이 나온다.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로 덮여있는 콩나물 밑으로 투명한 국물과 하얀 명태살이 살짝 보인다. 칼칼함과 콩나물의 시원함, 명태에서 우러나온 간간한 국물을 먹다보면 자동으로 술 한잔이 떠오른다. 아니나 다를까 거의 대부분의 테이블에서 초록색의 소주병이 눈에 띈다. 군산에서의 저녁 칼칼한 명태찜과 소주한잔으로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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